풍력발전 개발사업은 첫 삽을 뜨기 전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단지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착공 후 1~2년 정도면 상업운전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착공 이전 단계인 인허가를 받는데 공사기간의 2배에 달하는 3~4년의 시간을 소비한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풍력을 기피하는 지역주민의 민원으로 더뎌진 프로젝트 진행 속도는 이미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인 GS영양풍력단지(59.4MW)가 9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발전사업허가 이후 4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 거둔 성과다.
이번 사업을 주관한 GS E&R은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풍력사업을 적극 키울 방침이다. 발전사업을 다각화해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전담 부서인 풍력사업실에는 현재 2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유지보수팀을 별도로 둘 만큼 단지운영 효율화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4명의 유지보수 전문인력을 두고 있으며, 베스타스 측 엔지니어와 일대일 교육을 통해 업무능력을 키워갈 계획이다. 유지보수 능력에 따라 풍력단지 이용률과 발전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파트다.
GS E&R의 첫 번째 풍력사업이나 다름없는 GS영양풍력의 개발과정을 보다 자세히 듣기위해 풍력사업실을 이끌고 있는 위진 실장을 만나봤다.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단순히 이번 프로젝트에 국한된 내용이 아닌 국내 풍력산업 전반에 깔려있는 오해와 진실이었다. 위진 실장은 풍력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GS영양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느낀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풍력에 대해 산림을 훼손하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해는 찰나의 순간에 생기지만 그것을 이해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금이라도 누군가 나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 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민간과 공동으로 국민들을 대상으로 풍력에 대한 ‘이해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민·관 함께 대국민 ‘이해 활동’ 펼쳐야
온실가스 감축목표 ‘풍력’ 역할 커
인허가 법령 20개 넘어 사업진행 더뎌
풍력발전 개발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허가와 민원문제다. 위진 실장 역시 이 부분을 가장 힘겨웠던 과정으로 꼽았다.
풍력단지 한 곳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20여 개 이상의 인허가 법령과 협의기관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기관 및 부처별 기준과 지침이 달라 협의 절차 또한 복잡하다.
전기사업법·신재생에너지촉진법·국토 이용에 관한 법률·농지법·산지관리법·도로법 등을 준수해야 하고, 산업부·전기위원회·한전·에너지공단·국토부·환경부·산림청·문화재청 등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위진 실장은 “환경부는 허가기관이 아닌 협의기관”이라며 “현재 환경부의 적용 기준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측면의 신재생에너지사업과 일부 자연훼손 측면 사이에서 아직 정책적 방향성이 훼손 방지에 맞춰져 있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의 약속인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강제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줄이는 것으로 목표치를 설정한 바 있다”며 “국제적 과제를 지킬 것인지 복원 가능한 산 일부를 보호하는 데 집착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입도로 반드시 복원
풍력에 대한 오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산림훼손 문제다. 풍력사업은 양질의 바람을 필요로 하는 특성상 능선부나 산줄기에 풍력시스템을 설치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현장을 가보면 내용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진 실장은 “공사로 인해 훼손된 부분은 복원하며, 운영 시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만 실제 사용하고 있다”며 “풍력은 환경을 파괴해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이 미래에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다리역할을 하는 친환경에너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력, 초기 투자비 부담 커
풍력사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오해의 시선은 수익이다. 다른 발전방식과 달리 연료비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과 차이가 있다. 위진 실장에 따르면 일종의 수익 착시현상이다.
위진 실장은 “풍력발전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 원금회수에 오랜 시간(약 10년 이상)이 걸린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처럼 대규모 풍력단지의 경우 송전선로 건설까지 사업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비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며 “그나마 정부정책 지원사항인 REC 거래를 통해 간신히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 E&R은 GS영양풍력에 1,700억원을 투자해 매년 2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금 가운데 71%가 PF 자금이라 매년 적지 않은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또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SMP와 REC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 수익구조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MP 하락으로 수익 악화 지속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기저발전의 증가로 전력예비율이 높아지면서 SMP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SMP 하락은 풍력사업자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LNG발전사업자 모두의 관심사다.
기업들은 정부정책에 맞춰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했지만 예측 불가능한 미래로 인해 사업계획조차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발전사업자에게 의무만 주어진 셈이다.
위진 실장은 “독일·덴마크 등 유럽 국가에서 풍력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합리적인 전기요금 때문”이라며 “전기를 사용하는 국민들에게 직접 비용을 전가시켜 풍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해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수용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우선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손봐 현실적인 전기요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책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한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주파, 암 발생 연관 없어
최근에는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20헤르츠 이하의 저주파 소음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한편 가축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에는 이와 관련된 규정이 없는 상태라 사업자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GS영양풍력 현장에서도 이와 관련된 지역주민의 민원이 있었다.
위진 실장은 “저주파는 당초 다리를 건설할 때 고유진동을 파악해 붕괴사고에 대비하려고 도입된 개념”이라며 “소리가 아닌 진동으로 느껴지는 진동성 소음으로 가까이 있으면 영향이 있을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선진국에서 검증된 사례로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기업·주민 간 상생 지혜 모아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률은 민원으로 인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게 위진 실장의 설명이다. 지방자치단체 체제에서는 지역 민원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선거철이 다가오면 민원이 증가하는 현상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위진 실장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절차에 따른 규칙과 법규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지역주민의 정성적인 부분까지 일일이 챙겨야한다. 결국 예정에 없던 비용이 지출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며 “기업은 계획된 프로세스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는 조직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민원문제들은 기업의 이러한 기본 생리를 깨뜨리는 요소이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현장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번 사업 과정에서 적지 않은 민원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실제 서류상으로 접수된 건은 거의 없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해 주민 친화형 풍력단지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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