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표적 이행수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풍력단지 개발사업이 지역주민의 반대에 밀려 여전히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원발생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풍력단지 개발현장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전기위원회까지 나서 과도한 민원제기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는 안내문까지 발표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업진행 노출 시 지역주민 반발 우려 ‘전전긍긍’
지난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개혁을 통해 풍력산업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정작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는 민원을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사업 진행은 환영하지만 그에 따른 주민과의 마찰은 발전사업자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한마디로 개발행위허가를 내줄테니 주민동의서를 먼저 받아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자체의 요구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풍력단지 개발의 첫 삽을 뜨기 위한 개발행위허가 과정에는 인근 주민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주민반발을 우려해 동의서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규정에도 없는 사항을 사업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민원 해결=합의금
현재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풍력단지 건설을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60여 곳에 달한다. 전라남도가 14건으로 가장 많고 경상북도와 강원도가 각각 13건, 제주도 10건 등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터파기도 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는 데 있다. 대부분 민원에 발목이 잡혀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있는 상태다. 소음, 사업설명회 불이행, 환경훼손 등 인근 주민들이 제기하는 민원내용은 지역에 상관없이 비슷하다.
이러다 보니 지자체로부터 인허가를 받더라도 사업자는 쉬쉬하며 단지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부에는 절대 알리지 않는다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 됐다.
단지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도 일부 지역주민의 반발로 공사가 지연되는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20헤르츠 이하의 저주파 소음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한편 가축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에는 이와 관련된 규정이 없는 상태라 사업자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태다. 해당 지자체는 사업자가 나서 주민들과 원만히 해결하기를 기다릴 뿐이다.
저주파 소음 문제는 준공 후 1년여가 지난 영암풍력단지 인근 지역주민이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해 사업이 진행 중인 의령, 영양, 거제, 동대산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 문제가 커지기 전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지방선거나 총선이 다가오면 표를 의식한 지역주민 눈치 보기로 관련 인허가 취득이 더욱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16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일부 발전사업자들이 계획했던 풍력단지 개발사업을 앞당겨 추진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에 비해 유독 풍력단지 개발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것은 자금력을 가진 민간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어쩌면 제주도가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이익공유화 약정을 전국 지자체에서 도입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다.
멀고 먼 ‘상생의 길’
민원에 따른 풍력사업 지연은 더러 엉뚱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풍력단지 개발이 어렵다 보니 지자체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프로젝트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오르게 된다. 이때부터 사업자의 갑질 아닌 갑질이 시작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풍력시스템 업체 한 관계자는 “풍력시스템 공급을 위해 프로젝트 초기부터 단지개발에 필요한 기술지원으로 협력관계를 쌓고 있다”며 “하지만 막상 인허가 문제가 해결되면 지분투자나 풍력시스템 공급가격 조정 등을 요구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한 경우 공급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사업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도면 거의 횡포 수준이다.
우리는 흔히 ‘동반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이런 행위가 꼭 기업 간에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주민, 정부와 주민 사이에도 상생을 위한 동반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되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의 경우 더 많은 대화와 노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풍력산업에 필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하는 상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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