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풍력사업이 잠정적으로 멈춰 섰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이 같은 행보가 풍력사업 철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조선빅3’ 가운데 유일하게 풍력사업을 유지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마저 풍력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풍력업계는 또 한 차례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조선·해양 등 핵심사업 우선 집중
최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풍력사업과 관련된 일체의 영업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기존에 풍력분야 영업을 맡았던 발전사업팀 담당직원들은 타부서로 이동했고, 일부 직원만 남아 유지보수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사실상 풍력사업을 마감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먼저 손을 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이런 절차를 거쳐 풍력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풍력사업 철수와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풍력사업의 지속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경영진에 정식 업무보고도 되지 않은 내용을 외부에서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드윈드 매각 시간문제… 경영진 판단만 남아
대우조선해양이 풍력사업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에 업계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올해 연초만 해도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국내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 강화를 모색했기 때문이다. 수익 개선을 이끌겠다던 분위기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사업 철수로 노선을 바꿨다는 뜻이다. 글로벌 조선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풍력사업 계획을 급선회한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새로 부임한 정성립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신임사장은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꺼내든 카드다. 1981년부터 대우중공업(현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한 그는 2001~2006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역임했다. 이어 2013년부터 STX조선해양 사장을 맡아오다 지난 4월 다시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내정됐다.
그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30여 년 넘게 조선업계에 몸담은 베테랑이다. 하지만 풍력사업과는 인연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드윈드를 인수해 풍력사업에 본격 뛰어든 2009년 당시 그는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었다. 이후 그의 행보에서 풍력과 관련된 업무는 찾아 볼 수 없다. 이렇다보니 현재 매출 비중이 낮은 풍력사업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실적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마당에 누가 나서서 풍력사업 업무보고를 하겠느냐”며 “별다른 지시가 있기 까지는 풍력사업과 관련된 업무보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드윈드를 매각해 풍력사업을 떼어낼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경영진의 판단만 남은 상태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드윈드 인수 이래 전 세계에 200MW가 넘는 풍력시스템을 공급한 바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준공한 호남풍력단지에 10기(20MW)를 공급한데 이어 현재 건설 중인 거창풍력단지에 7기(14MW)를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 안일함에 풍력업계 고사 직전”
풍력업계는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풍력사업 철수 소식이 풍문이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연이은 사업 포기가 자칫 국내 풍력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를 이유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여건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손충렬 세계풍력에너지협회 부회장은 “풍력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우조선해양 소식은 너무나 안타깝다”며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만 얽매이다 보면 미래의 가치를 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거대 자금력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조차 풍력사업을 접고 있으니 중소기업들은 오죽하겠느냐”며 “말만 앞세울 뿐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풍력산업 활성화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무능력이 풍력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국내외 기업의 합작법인 설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손 부회장은 “미쓰비시중공업과 베스타스는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해상풍력 분야에서 막강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에서 한국의 풍력시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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