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가 2017년 6월 최종적으로 영구정지된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은 6월 16일 이사회를 열어 논의 끝에 고리1호기의 2차 계속운전 신청을 않기로 결정하고, 고리1호기 1차 계속운전이 종료되는 2017년 6월까지 철저한 안전운전과 함께 영구정지 및 해체준비에 위해 사장을 팀장으로 한 TF를 구성키로 했다.
한수원의 이사회가 열리기 나흘전인 6월 12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에너지위원회를 통해 고리1호기 계속운전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한수원 측에 권고하기로 결정한 점을 받아들인 결정이다.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18일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2017년 6월 18일까지 10년간 계속운전을 허가받아 가동중이다. 이번 영구정지 결정으로 고리1호기는 2017년 6월 18일로 운전이 정지돼 폐로수순을 밟게 된다.
영구정지와 해체준비 등 위한 사장 직속 TF 구성
경제성과 미래 원전산업 고려 영구정지 결정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개시한 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는 1차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내년 6월까지 가동되고 영구폐로 수순을 밟는다.
에너지위원회 회의에서는 고리1호기를 2차 계속운전하는 경우 미실시 대비, 이용률(80%, 85%)과 판매단가 등에 따라 1,792~2,688억원이 이득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면 계속운전 경제성에 불확실성이 내포돼있는 측면과 추가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지원금이 미반영 됐다는 이견도 제시됐다. 특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해 신규원전 2기 건설이 계획돼 있어, 고리1호기는 국내 전체 전력설비의 0.5% 수준으로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며, 후쿠시마 사고·원전비리 등으로 저하된 원전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영구정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부는 그간 각계 의견수렴 결과와 6월 12일 열린 에너지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고리1호기의 경제성·안전성·국민 수용성·전력수급 영향과 미래 해체산업 대비 등을 종합 고려해 영구정지를 한수원에 권고키로 결정했다.
한수원은 6월 16일 이사회를 열고 2차 계속운전 신청여부를 안건으로 보고받고 장시간 논의를 진행했다. 우선 이사회는 고리1호기에 대해 후쿠시마 사고 후속조치·주요 안전설비 개선·스트레스테스트 수행 등 한수원이 시행한 안전성 증진관련 조치를 보고받았다.
이사회는 최종 안전성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판단이었지만 사업자로써 2차 계속운전 신청을 위한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했음을 이견없이 확인했다. 특히 1차 계속운전 결정이 내려진 2007년 이후 고리1호기의 현재까지 고장정지는 5건으로 전체 고장정지 건 중 약 4%에 불과해 충분한 안전운영을 하고 있음을 최종 확인했다.
하지만 경제성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했다. 일부 참석자는 경제성 분석결과 흑자로 나타나 계속운전이 타당하다는 반면, 일부 참석자는 장기화로 인한 운전기간 단축 및 가동율 저하, 지역지원금 증액 등의 가능성으로 경제성은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수원은 원전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에너지 정책 추진이라는 대의를 감안해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를 권고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을 수용키로 최종 결정했다.
원전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시대 도래
전세계적으로 운영중인 원전은 438기며 19개 국가에서 150기의 원전이 영구정지됐다. 이중 영구정지 원전 중 19기 원전은 해체를 완료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해체에 대한 관심과 대비 필요성이 증대됐고, 해체시점 조기 도래 시에도 차질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완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 결정으로 내년 6월 운전이 정지되면, 최소 5년간 운전정지후 안전관리에 들어가고, 이후 본격적인 해체착수에 돌입된다. 해체작업만도 6년여 기간소요가 예상되며, 해체계획서는 영구정지후 5년 이내에 제출하게 된다. 또 제염과 해체를 끝낸 후에는 부지복원으로 2년여의 기간을 소요하게 된다. 원전 해체작업 기간은 최소 15년이라는 장거리 레이스인 셈이다.
국내 원전해체 기술은 방사선 준위가 낮은 소규모 연구용원자로와 중수로 압력관 교체, 증기발생기 등 대형기기 교체, 연구개발을 통해 제염·철거·방사선안전관리·폐기물처리 등의 해체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한수원은 건설, 운영 분야에서 기술자립화와 해외 수출 등 괄목상대한 발전을 이끌어낸 경험을 토대로, 원전해체와 폐기물 관리 분야에서 역량과 기술도 축적해 나가는 한편, 해체 관련 규정 정비 및 기술개발 등을 위해 규제기관을 비롯해 원자력학회·원자력연구원 등 유관기관들과의 협력도 투명하게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2017년까지 인허가 및 엔니지어링, 폐기물처리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제염·해체·부지복원 기술은 한수원 주도의 산학연 공동개발로 필수기술들을 확보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또 2022년까지 연구계 요소기술 개발 후 현장적용을 위한 상용화 단계는 산업계 주도로 추가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30년 이후 가시화될 가능성이 예상되는 세계 해체시장 본격화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 해체기술 개발과 해체경험 축적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이와 함께 원전 해체산업 육성대책과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을 조속히 제시해 원전의 건설-운영-해체-폐기물 관리에 걸친 ‘전(全)주기적 원전 산업체계’를 완비해야 한다고 제시됐다.
국내 해체역량은 선진 해체기술국 대비 70% 수준으로 현재 해체관련 38개 기술 중 미확보한 21개는 미래부를 중심으로 기술개발 추진 중이다.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 결정으로 원전 해체산업이 본격적으로 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조석 한수원 사장은 이사회 직후 “고리1호기 영구정지 결정으로 이제는 원전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며 “이런 시대변화를 기회삼아 도전하고 극복하기 위해 직접 TF팀장이 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준비를 철저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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