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업계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제주 김녕풍력단지에 설치된 풍력시스템에서 발생한 화재사고가 유지보수 소홀에 따른 인재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정기안점검사 제도화는 물론 이 분야 전문인력 양성·채용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월 7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소재 김녕풍력발전단지에서 운전 중이던 풍력시스템 1호기 나셀부분에서 불이 났다. 오후 1시경 발생한 화재는 1시간 30여 분만에 자연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고가 난 풍력시스템은 보험에 가입돼 있어 일정금액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김녕풍력단지 운영을 맡고 있는 제주에너지공사는 사고발생 1주일 만인 7월 15일 풍력시스템 제작업체 및 재난안전 전문가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합동 조사단의 조사내용을 종합해 화재원인을 브레이크 시스템 불완전 작동에 따른 과열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주요 핵심 부품 전소로 책임소재 규명 어려울 듯
정기안전검사 제도화 시급… 단지 운영 효율화 도움
브레이크 시스템이 불완전하게 작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셀 내부의 주요 부품인 유압시스템, 제어기 등이 전소돼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게 제주에너지공사 측 설명이다.
화재가 난 풍력시스템은 유니슨의 750kW 제품으로 2010년 4월 준공된 설비다. 설계수명이 20년인 제품이라 이번 사고를 설비노후화에 따른 화재로 보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유니슨은 지난 2010년 11월 남동발전의 영흥 국산풍력실증단지에 공급한 2MW 풍력시스템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최근 2.3MW급 초저풍속 풍력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차에 또다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해 기업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화재사고와 관련해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 행원풍력단지 화재에 이어 제주도에서 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동안 안전점검과 관련한 어떤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 것이 없다”며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50여 곳의 풍력단지 모두가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고 업계의 안전불감증을 꼬집었다.
이어 “이번 화재사고도 풍력시스템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유지보수를 비롯한 안전점검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풍력업계 관행이 불러온 인재”라며 “풍력시스템 보급에만 중점을 둔 정책에서 벗어나 유지보수 전문 엔지니어를 육성하고, 이들을 현장에서 채용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사고율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2년마다 안전점검 시행
제주에너지공사가 밝힌 풍력시스템 화재 원인인 로터디스크와 캘리퍼 간 마찰에 따른 과열은 제어시스템 부분에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브레이크 패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캘리퍼에 불이 붙을 정도로 과열됐다는 것은 제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언제부터 제어시스템 부분에 이상이 발생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내재한 채 운전 중이었던 셈이다. 제어시스템의 경우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순한 유지보수 작업을 통해서는 이상 유무를 점검할 수 없다. 정기적인 정밀안전검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충렬 세계풍력에너지협회 부회장은 “유럽의 경우 대형풍력단지에 대한 정기안전검사를 2년마다 실시하도록 제도화했다”며 “이 같은 정기안전검사는 풍력시스템의 안전한 운전은 물론 풍력단지 운영 효율화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대비 효과가 큰 작업”이라고 국내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 풍력시스템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4년에 한번만 검사를 받으면 된다. 이마저도 전기 부분에 치중돼 있어 풍력시스템 전체의 안전상태를 점검하는 유럽 사례와는 거리가 있다.
제주도, 풍력설비 정기안전검사 도입 검토
제주도는 이번 풍력설비 화재를 계기로 풍력시스템에 대한 안전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지정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풍력시스템에 대한 안전점검을 제도화하는 이번 조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제주도에 한정해 시행되는 정기안전검사라는 점이 아쉽다. 국내에 설치된 400여 기의 풍력시스템 가운데 제주도에는 현재 87기만이 운전 중이다. 80% 가까운 풍력시스템은 여전히 무방비상태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나서 이미 설치됐거나 앞으로 세워질 풍력시스템을 대상으로 정기안전검사를 의무화한다면 안전과 관련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안전점검을 수행할 기관의 전문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풍력시스템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곳에서 안전점검을 맡아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특정 기관에게 ‘퍼주기식 사업’의 일환으로 안전검사 업무를 맡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안전상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관련 사업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제3기관에서 수행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정기안전검사를 법제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자 스스로 유지보수작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교육을 받은 전문 엔지니어를 채용해 현장을 관리하는 업계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며 “사업자 간 단지개발 분쟁, 조선업계 풍력사업 철수·매각, 지역주민 민원문제 등 바람 잘 날 없는 풍력업계지만 반드시 성장의 순풍이 불어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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