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일원 2,480㎡(약 750평) 농지에는 특별한 청보리가 자라고 있다. 이곳에는 여느 농지와 달리 보리가 심어진 위로 태양광 모듈이 일정 거리를 두고 줄지어 설치돼 있다. 한국남동발전에서 지난해 3월부터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 농장’이다.
얼핏 생각했을 때 농작물 위에 구조물을 설치하면 그늘로 인해 작황이 나빠져 농가 수익에 영향을 줄 것 같지만 지난해 실증결과에 따르면 쌀 수확량 감소는 10%대 수준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태양광에서 전기를 생산해 얻어지는 수익을 합치면 농가 수익에 큰 보탬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농형 태양광은 부지확보와 지역민원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뒷받침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민참여 형태로 추진되는 사업이라 수용성 문제를 지역주민 간 이해와 소통으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가에서 우려하는 수익 부분도 실증사업을 통해 검증된 만큼 속도감 있는 사업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쌀 공급 과잉을 해소·완화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면서 농가들은 안정적인 수익확보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영농형 태양광은 생업인 농사를 꾸준히 이어가면서 태양광을 통해 2~3배의 소득증대 효과를 볼 수 있어 농가와 정부 모두에 좋은 기회란 평가다.
특히 국가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환경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농사와 태양광이 결합함으로써 에너지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전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실증 결과 연간 순이익 7배 증가
쌀 수확량·품질 별 차이 없어
남동발전은 현재 영농형 태양광단지에 청보리를 심어 수확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파종을 마쳐 빠르면 5월 말쯤 보리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쌀 수확에 이은 두 번째 검증 데이터인 셈이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3월부터 삼천포발전본부 인근에 위치한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일대 일부 농지를 임대해 100kW급 영농형 태양광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력계통과 연계해 실제 전기판매로까지 이어지는 영농형 태양광사업으로는 국내 최초다.
남동발전은 이미 한차례 벼농사를 마쳤고 이번 보리 수확에 이어 한 번 더 벼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영농형 태양광 실증사업의 신뢰성을 높여 향후 원활한 농가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농사를 그대로 지으면서 태양광발전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작물마다 생육에 필요한 일조량이 정해져 있다는 광포화점 이론에 근거한다. 즉 광포화점을 초과하는 일조량은 작물 광합성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최종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일조량의 일정부분을 태양광발전에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동규 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 신재생사업실 차장은 “광포화점 이론에 따른 농작물 수확량과 품질을 비교하기 위해 농지를 반으로 나눠 한쪽에만 태양광을 설치했다”며 “지난해 실증부지에서 수확한 쌀이 일반부지 대비 85% 수준에 달했고 품질은 거의 동일했다”고 영농형 태양광의 사업성을 설명했다. 일반부지에서 거둬들인 쌀 수확량은 총 1,860kg 규모다.
이어 “태양광을 설치한 실증부지의 경우 일반부지보다 14% 가량 면적이 적을 뿐만 아니라 구조물로 인해 기계모내기를 86% 정도만 한 점을 감안하면 수확량 차이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경상대와 협력해 실증부지에서 수확한 쌀의 이삭 수, 등숙률(익은 정도), 백도(하얀 정도) 등 생육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일반부지 쌀과 동일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반 태양광 대비 이용률 높아
영농형 태양광은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확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남동발전의 영농형 태양광은 전체 일조량의 70%는 벼 재배에 쓰고 나머지 30%를 태양광에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해 영농형 태양광설비의 운영실적을 보면 소득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남동발전에 따르면 100kW급 태양광설비에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개월간 생산한 전력량은 129MWh에 달한다. 이는 평균 이용률 18%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일반적인 태양광 이용률인 15%를 훌쩍 넘긴 수치다.
이동규 차장은 “벼농사 특성상 농지에 물을 공급하게 되는데 이 용수가 태양광 모듈의 과열을 방지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태양광 이용률이 높아졌다”며 “이용률 향상은 발전량 증가로 이어져 당초 예상보다 전력판매 수익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영농형 태양광 규모와 사업모델에 따라 기대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해 실증부지와 일반부지의 연간 순이익만 따져보면 10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며 “농가당 평균경작 면적인 5,100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7배의 순이익 증대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20년 이상 운영되는 태양광설비의 수명을 고려했을 때 농가는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기단계이다 보니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설치비용 부담과 유지관리다.
농작물 생육에 영향을 주는 그림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문제작형 태양광 모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설치비용이 일반태양광 대비 1.5배 비싼 상황이다.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농지 위 4m 가량 높이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을 관리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태양광 모듈에 먼지나 이물질이 쌓이면 이용률이 떨어져 전력판매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예측진단과 예방정비를 포함하는 영농형 태양광설비 유지보수 시스템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전국 논 10% 개발로 태양광 36GW 확충 가능
영농형 태양광은 기존 농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태양광발전을 동시에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3020 달성은 물론 농지보존과 국토의 효율적 활용 등 정부 각 부처의 주요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남동발전은 90만ha에 달하는 전국 논 가운데 10%만 영농형 태양광으로 개발해도 36GW의 태양광설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전국 논 상당부분이 절대농지인 농업진흥구역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현행 농지법 상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된 논에는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1일 태양광설비의 설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을 발표했지만 농업진흥구역 내 우량농지에 대해선 보존의지를 확실히 했다. 농업진흥구역 내 건축물 지붕에 태양광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건축물 준공시기 제한을 폐지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5월 1일 장병완 의원이 농지에서 농사와 태양광발전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5% 목표
남동발전은 현재 240MW 규모의 자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발전설비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다. 그동안 석탄발전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니 매년 RPS 의무공급량은 선두권이다.
남동발전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8GW 규모로 늘리는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우선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끌어올린 후 2030년 2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설비의 87%를 태양광(40%)과 풍력(47%)으로 채울 예정이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회처리장을 매립한 태양광단지를 준공했다. 삼천포발전본부 인근에 위치한 10MW급 제1회처리장 태양광단지는 연간 15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향후 제2~4회처리장 태양광단지도 건설할 예정이다.
남동발전은 지난 3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연계 ESS를 준공하며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12.5MW급 PCS와 42MWh급 배터리가 장착된 ESS설비는 삼천포 제1회처리장 태양광단지를 포함해 총 12MW 규모의 3개 태양광단지와 연계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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