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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인사 Interview

류지윤 유니슨 사장, 유니슨, 국내 풍력산업 ‘성장’ 넘어 ‘진화’ 주도

국내 풍력발전시스템 제조분야 1세대 기업 유니슨이 의령풍력단지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올해 사이트 개발의 첫 단추를 꿰며, 풍력분야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변화에 박차를 가했다.

의령풍력단지의 사업개발 기간은 여느 풍력단지와 비교해 조금 긴 편이다. 2011년 사업개발에 착수한 이래 2012년 6월 전기사업허가를 받고, 착공하기까지 3년 가까이 소요됐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공사는 민원에 막혀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고, 공사 중단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어렵사리 다시 작업을 재개해 지난 6월 3일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풍력발전 개발사업의 경우 지역주민의 민원과 인허가 문제로 예상보다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고 있는 실정인데, 일반적으로 사업 착수부터 준공까지 3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와 비교하면 의령풍력은 2배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일부에서는 유니슨이 중도에 사업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은 기우에 불과했다.

유니슨이 대기업들조차 사업을 포기한 풍력시스템 제조업 분야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는 은근과 끈기의 뚝심이 있었다. 의령풍력 개발사업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은 어느새 유니슨만의 성공 DNA로 자리 잡았다.

유니슨은 국내 최초 750kW 풍력시스템 국산화를 시작으로 최근 4MW 육상풍력시스템과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개발 추진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풍력분야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국내 풍력산업의 성장을 넘어 진화를 선도하기 위한 혁신을 준비하고 있는 유니슨의 풍력사업 전략을 류지윤 유니슨 사장에게 들어봤다.

기술개발로 경쟁력 강화… 사업 다각화도 모색
풍력단지 개발·운영 동시 수행… 실적 개선 기대 

풍력기술 기반 사업 다각화 검토
세계 풍력시장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 반해 국내 풍력산업은 더딘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 환경이 이렇다보니 결국 관련 기업들이 목표로 하는 시장도 해외다.

풍력시스템 공급과 풍력단지 개발을 통한 민자발전사업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유니슨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향후 국내외 풍력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계획이다.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연구개발에 꾸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류지윤 유니슨 사장은 “지난해 선보인 2.3MW 저풍속 풍력발전시스템의 국내 반응이 좋아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풍력산업 초기단계로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업체와 업무협력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 터키, 남미 등에서 합작사업을 통한 현지 진출방안을 검토하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슨은 기존 주요사업인 풍력발전단지 개발·운영 및 풍력시스템·타워 공급과 더불어 수익모델 다각화 차원에서 다양한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도서지역에 ESS를 연계한 풍력설비 건설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을 고려 중이다. ESS 활성화와 독립형 전력시스템 구축 모두 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신산업 분야라 시장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여 진다.

또 인도 등 시장진입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기술라이센스를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사업도 타진 중이다. 
    
2.3MW 모델, 발전효율·소음 강점
유니슨은 올해 연초 한국동서발전에서 건설하는 경주풍력 2단계 프로젝트에 2.3MW 저풍속 풍력발전시스템 9기를 공급하는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시장에 출시된 이후 대규모 상업단지에 공급되는 첫 번째 프로젝트다.

2.3MW 저풍속 풍력시스템(U113)은 블레이드 지름을 늘려 풍황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전력생산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모델이다. 기존 풍력설비 보다 발전효율이 30% 이상 높기 때문에 요즘처럼 SMP가 낮은 상황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지윤 사장은 “U113 모델은 발전효율 측면에서 강점을 보일 뿐만 아니라 최근 민원제기의 주요 원인인 소음 문제에서도 경쟁력을 갖는다”며 “풍력설비는 블레이드 회전 시 발생하는 공기 마찰음이 주된 소음이며, 이 외에도 나셀 내부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돌리는 팬 등에서 발생하는 기계장치 소음이 있다. 주민들은 나셀 팬 등 기계장치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데, U113 모델의 경우 팬 가동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나셀 소음 정도가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 경주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풍력단지를 건설할 때 소음영향을 까다롭게 요구하는 터라 U113 모델의 저소음 설계가 풍력시스템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가 육상풍력 개발 시 적용할 별도의 소음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저소음 풍력설비의 시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MW급 육상풍력시스템 개발 나서
외국 풍력시스템 제조업체들이 국내 풍력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국내 업체들의 설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유니슨은 이 같은 위기상황을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강화로 극복할 방침이다.

류지윤 사장은 “지난해에는 2MW 풍력시스템 양산체제 구축과 풍력단지 건설,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풍력사업 전체가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면서 매출액 1,180억원을 기록했다”며 “세계 시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앞선 기술로 승부해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연구개발 및 기술역량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현재 연구개발 인력은 40여 명에 불과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해외업체와의 협업으로 전문인력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풍력설비 제조분야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이유도 자본만 믿고 기술력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 사장은 육상풍력시스템의 한계용량을 4MW급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이상이 되면 운반이나 시공 상 문제가 발생해 손익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행여나 더 큰 설비용량의 육상풍력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생기면 기존 해상풍력시스템을 개조하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니슨은 지난해 연말 4MW급 육상용 모듈식 드라이브트레인 개발 관련 국책과제 주관기관에 선정된 바 있다. 2019년까지 4MW급 육상풍력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다양한 설비용량을 보유한 기업이 되는 동시에 공급 유연성도 커져 수주경쟁에서 유리할 전망이다.

특히 2020년 이후 열리는 풍력단지 리파워링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니슨은 이외에 해상풍력 분야 기술개발에도 참여해 미래 시장에 대비할 계획이다. 최근 부유식 해상풍력시스템 파일럿 플랜트(750kW급) 개발 관련 참여기관에 선정돼 상부 발전설비 개발과 해상풍력 실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해외프로젝트 금융지원 필요”
전 세계적으로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확대 붐이 일고 있는 상황과 달리 한국은 아직 미미한 수준의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9,000MW를 조금 넘는다. 총 발전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 정도다. 이마저도 실제 전력거래량으로 계산하면 신재생에너지 점유율은 3.3%로 뚝 떨어진다. 이 가운데 풍력은 833MW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국내 풍력 분야 기업들은 연일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풍력업계는 우선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부의 구체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류지윤 사장은 “기업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정부가 일관된 정책으로 풍력 활성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특히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정해지지 않으면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국내 시장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일종의 인큐베이팅 과정”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외프로젝트 금융지원과 같은 자금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