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사장 김호성)은 전문가로 구성된 ‘원자력에너지 미래포럼’과 함께 3월 31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원전 안전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너지 미래 길을 묻다:후쿠시마 원전 사고 5년, 우리나라 원전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원자력을 전공하는 대학생과 미래포럼 위원 및 원자력 전문가가 만나 소통의 자리가 됐다.
지난해 9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신월성1·2호기 종합준공을 마쳐 국내 24번째 원전이 가동하게 됐으며, 올해 1월에는 신고리3호기 최초 전력공급 개시로 25번째 원전시대를 열었다.
원자력발전소는 전력공급의 궁극적 목적을 이루는 데에 탄소배출량 감소 및 기후변화를 늦추는 발전분야로 손꼽히지만, 반면 화석연료나 신재생에너지원에 비해 미래세대를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중 하나가 원전운영에 따른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문제이고,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원전운영에 있어서 생겨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부분이다.
올해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5년이 지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에서는 원전사고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다양한 안전성 강화대책들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원전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선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에너지 미래포럼’과 함께 미래세대인 원자력 공학도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원전산업에 대한 다양한 안전대책과 정책·사회적 갈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전문가-공학도 간 원전 안전 소통, 우리나라 원전 안전한가?
전문가·대중 간 간극 해소의 장 되길
서울대학교 글로벌교육센터에서 열린 ‘에너지 미래 길을 묻다:후쿠시마 원전사고 5년,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한가’ 토론회에는 김호성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과 관계자를 비롯해 원자력에너지 미래포럼 위원 및 원자력 전문가, 원자력 공학도 등 30여 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모았다.▲ 김호성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토론회를 주관한 김호성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원자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력공급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원전 안전성과 관련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과학기술적 확률과 대중이 인지하는 가능성 사이의 간격이 매우 크다”고 말하며 “이번 토론회가 전문가와 대중 간 간극을 줄이고, 선제적으로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의미있는 제언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문제는 우리가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할 때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우리나라 에너지 미래의 올바른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원자력문화재단과 원자력에너지 미래포럼은 원자력 국민소통 자문위원회가 선정한 6대 이슈인 ▲사용화핵연료 관리계획 수립 ▲신기후체제와 원자력 ▲원자력이용에 관한 갈등관리 ▲북한핵실험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원자력과 에너지관련 주요현안에 관해 논의의 장을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고찰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박윤원 前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안정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박윤원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사회적으로 원전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일례로 사고 이후에 국내 어류시장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의 대표적인 사고인 TMI, 체르노빌, 후쿠시마 3개 원전사고를 예를 들며 각각의 케이스와 사회적 파장, 교훈에 대해 설명했다.
박윤원 박사는 “1979년에 발생한 TMI 원전사고는 기계적 결함과 인적 실수가 중첩돼 발생한 사고로 2차계통 펌프와 밸브고장으로 원자로 압력이 상승함으로써 운전원 판단실패로 비상노심냉각장치가 중단됐다”며 “이어 내부 온도 상승으로 핵연료가 손상된 사건이었다. TMI 원전사고로 MMIS 개선 등 안전기준이 강화됐으며, 운전자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설계상 결점과 안전규칙을 위반함으로써 일어난 사고로 인근 유럽국가에까지 방사능 오염을 유발한 사고였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안전기준에 대한 국제규범화와 사고정보 공개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초대형 지진·쓰나미를 비롯해 설계결함과 인적오류 등으로 인한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비상발전기의 불능으로 원전 1·2·3·4호기에서는 커다란 문제를 야기했지만 5·6호기는 비상발전기가 가동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박윤원 박사는 “후쿠시마 사고이후 국내에서도 원전주변에 방수벽을 설치하고 이동식 비상발전차량 및 이동소방차 등을 구비했다”며 “정책적으로도 원전 비상계획 구역이 크게 개선돼 기존보다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윤원 박사는 필리핀 바탄(Bataan) 원전 사례를 통해 원전 안전성이 두려워 포기하기 보다는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바탄 원전과 동일한 고리2호기를 우리는 이미 35년 가까이 운전하며 거의 10조에 가까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탄 원전은 고리원전 2호기와 동일한 모델로 1986년에 완공했지만, 같은 해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국민적 반발로 가동이 무산됐다. 이후 해외자문을 통해 원전을 가동하고자 했으나,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자 결국 원전을 포기하고 관광지로 개장했다.
박윤원 박사는 “원전운영의 안전은 곧 사람의 문제”라고 설명하며 “원전사고로 인한 교훈으로 인적오류, 조직적 결함 등을 줄이도록 안전문화에 대한 투자나 강조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투명성 및 소통의 중요성 시사
김진우 미래포럼 위원장을 좌장으로 한 패널토론에는 허균영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태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개발부원장과 김응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4명이 참여해 원자력 및 소통전문가로써 발제와 토론을 펼쳤다.
허균영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이 안전하냐’ 문제가 아닌 ‘우리 곁에 놓고 사용할 만큼 가치가 있느냐’를 놓고 고민해 봐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또 사고 이후 설계개선, 품질개선 등의 하드웨어 측면의 안전 강화 노력에 덧붙여, 원자력 산‧학‧연‧관의 연구 협력과 비상상황 발생시 중요 의사결정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사업자가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 중 하나가 품질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품구매제도 개선”이라며 “이는 발전소의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발전소가 안전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메시지 전달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대중들의 심리를 논하며 “대중들에게 원전은 ‘안전’이라는 궁극적 이해보다 오히려 ‘원전비리’ 등으로 인식의 방향성과 담론의 질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투명한 소통과 공론의 장을 통해 원자력에너지 정책소통을 전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전 사업자는 원자력에 대한 전문성을 표출해야 하며 운영의 정직성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개발부원장은 후쿠시마 사고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극한 자연재해로 인한 최초의 원전 중대사고 ▲다수 호기에서 동시에 중대사고가 발생하여 장기간 지속 ▲방사성물질의 대량 외부 방출로 광범위한 토양 및 해양 오염 등 3가지를 꼽았다.
사고 원인으로는 중요 의사결정이 과학기술적 지식이 아닌 안전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정치‧경제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백 부원장은 “미래의 원자력공학 연구자들에게 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상의 지식에 기반한 심층방어’와 해야 할 ‘올바른’ 일을 ‘제대로’ 이행하는 자세(Do the ‘Right’ Things ‘Right’)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원자력 공학도는 원전투명성에 대한 자정적 노력을 어떻게 전개하고 있는지를 질문함으로써 ‘원전안전=원전운영투명성’의 관계를 재 상기시켜 줬으며, 이에 대해 패널 관계자는 원전부품에 대한 품질보증에 대한 강화와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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