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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력 톡톡] ‘빛가람 에너지밸리’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우뚝 서길

미국의 실리콘밸리, 일본의 도요타시, 영국의 사이언스파크.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평범했던 자그마한 도시가 IT와 자동차 등 특화된 산업분야를 리딩하는 지역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들을 이끌어내 이제 세계 에너지분야를 대표하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특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전력계 맏형인 한전이 주도해 추진하고 있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홉 동생보다 형 하나가 낫다’는 옛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빛가람 에너지밸리’로 불리는 이번 사업은 광주 전남권을 전력산업 특화 창조경제 혁신구역으로 만들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큰 그림이다. 한전의 본사 이전을 계기로 추진된 이번 사업은 지역경제 균형발전이라는 정부방침에도 부합해 공기업 지방이전의 모범사례로도 손색이 없다.

한전은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을 나주로 함께 이전한 전력그룹사인 한전KPS, 한전KDN 등과 공동으로 추진함으로써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력그룹 간 시너지효과로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자체와 협력해 보조금 지원과 조세 감면 등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시에 중소기업 육성펀드 2,000억원을 출연해 에너지밸리로 이전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또 신재생에너지·ESS·마이크로그리드·전기자동차 등 미래 신산업 발굴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에 연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맏형다운 통 큰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그 곳에 들어와 기술개발을 펼칠 기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한전은 지자체와 협력해 2020년까지 기술선도 에너지기업 500곳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제품개발에서 해외 수출까지 협력기업 상생모델을 구현해 에너지밸리 특화형 강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한전과 첫 번째로 손을 잡은 곳은 우리나라 중전기기 분야 대표 중견기업인 보성파워텍이다. “기업은 산업과 지역사회에 보답해야 한다”는 임도수 보성파워텍 회장의 경영철학과 이번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의 취지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 생각한다.

보성파워텍은 1978년에 설립돼 송배전·플랜트·중전기기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관리 통합서비스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전이 우수협력기업임을 인증하는 ‘KEPCO Trusted Partner’ 회사이기도 하다.

보성파워텍은 앞으로 나주시 혁신산업단지 부지 8,025m2(2,400여 평)를 매입해 내년부터 3년간 친환경 전력기자재를 비롯한 사물인터넷 스마트센서 개발·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1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80여 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한다고 하니 기업과 지역사회가 서로 윈-윈하는 아름다운 상생이 아닐 수 없다.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은 보성파워텍 이외도 10여 개 기업에서 나주 이전 의향을 내비치고 있어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업체 선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거 IMF직후 테헤란밸리로 불리는 벤처기업 열풍을 경험한 바 있다. IT 열기에 편승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벤처기업들이 한순간 거품과 같이 사라졌다.

한전을 필두로 전력그룹사와 기업들이 힘을 모아 지금의 다짐을 계속 이어간다면 우리도 세계가 기억하는 에너지밸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