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기·에너지정책 변화를 반영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 부문별 감축여력을 재검토했다. 이어 관계부처 합동으로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을 마련해 6월 28일 공개했다.
정부는 파리협정 체결에 앞서 201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했다. 감축목표 이행을 위해 2016년 12월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수립된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은 국내외로부터 감축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과 구체적인 감축수단 제시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번 수정과정에서 이 같은 국내외 비판과 현 정부 국정과제인 미세먼지 감축 및 에너지전환 정책을 반영하고 국내 온실가스 감축잠재량을 재평가했다. 아울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 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로드맵상 2030년 감축후 배출량 목표인 5억3,600만톤(BAU 대비 37% 감축)은 그대로 유지했다. 감축목표의 1/3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이행방안이 불확실했던 9,600만톤의 국외감축량은 최소화하고 이를 국내 감축대책으로 보완했다.
국외감축량 최소화… 국내 감축대책으로 보완
주요 국정과제 간 정합성 유지 필요
6월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선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안 열린 토론회’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강창희)가 환경부(장관 김은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원장 조명래), 전력포럼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 김정욱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김창섭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장을 비롯해 오대균 한국에너지공단 기후정책실장, 법률사무소 엘프스 이소영 변호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박사 등 산학연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영훈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이날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 부문별 주요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김영훈 정책관은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전환 및 미세먼지 관리대책 등 주요 국정과제 간 정합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은 최근 환경현안인 미세먼지 관리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제사회, 시민단체 등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언급하며 정책보완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OECD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수단 마련과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수급계획 개정을 권고했다. 기후행동추적(CAT)의 경우 지난해 11월 한국의 국제 기후변화 대응 수준이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김영훈 정책관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으로 국제사회의 신뢰와 리더십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축기여분 제출 전까지 추가 감축방안 마련
이번 수정(안)에는 전체적으로 분야별 에너지 수요관리 확대, 냉·난방 단열, 기기효율 향상 등 기술발전이 반영됐다. 노후시설 개선 등의 정책도 적용됐다.
먼저 전환부문을 살펴보면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폐쇄 등을 담은 미세먼지저감 종합대책과 전력수요관리 강화 등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반영했다.
또한 연료에 대한 환경·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는 에너지세제 개편과 환경급전 강화 등을 고려한 추가 감축방안을 2020년 국가가 결정하는 감축기여분(NDC) 제출 전까지 마련키로 했다.
산업부문에선 산업부문별 에너지 이용효율 제고, 산업공정 개선, 친환경 원료와 연료로의 대체 등을 추진한다. 현재 업종별로 채택되고 있는 고효율 감축기술, 온실가스 냉매 대체 등 우수사례를 2030년까지 해당업종 전체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반영했다.
건물부문의 경우 신축 건축물 허가기준 강화, 기존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활성화, 도시재생 연계사업 모델 발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을 고려했다.
수송부문은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대 보급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고 자동차 연비기준 강화, 선박·항공기 연료효율 개선 등을 적용했다.
폐기물부문도 생활·사업장·건설 등 폐기물 배출원별 감량화와 재활용 강화, 매립 최소화 및 메탄가스 포집·자원화 등을 강구했다.
탄소 포집·저장 활용(CCUS) 기술은 기존 목표 감축량을 유지하되 현재 추진 중인 관계부처 합동 용역결과와 향후 국내외 동향에 따라 조정할 계획이다. CCUS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거나 안전하게 육상 또는 해양지중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김영훈 정책관은 “저탄소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에는 상당수준의 시간과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 가교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EU 및 일부 국가들은 NDC 내 CCUS 기술을 감축수단으로 직접 언급하고 있고 그 외 국가들에서도 대부분 관련 R&D를 추진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대응 기술확보 로드맵에 따르면 10대 기후기술 중 하나로 R&D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의견 수렴해 7월 중 수정안 확정
잔여감축량은 산림흡수원 활용과 개도국과 양자협력을 통한 국외감축 등의 방법으로 해소한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기술 연구개발, 남북 협력사업 추진방안 등을 통한 감축 잠재량을 계속 발굴해 국외감축 규모를 앞으로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잔여감축량이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이번 수정(안)에서 확정한 국내 부문별 감축대책 외에 추가적으로 감축이 필요한 양이다.
정부는 국내 산림경영 강화를 통한 산림흡수원 활용으로 2030년 기준 2,210만톤을 감축할 계획이다. 국외감축은 파리협정 후속조치로 올해 연말까지 마무리될 국제사회의 합의사항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감축대책을 통해 부문별 2030년 감축후 배출량을 기존 국내감축 로드맵 6억3,200만톤(BAU 대비 25.7% 감축)에서 최대 5억7,430만톤(BAU 대비 32.5%)까지 강화해 나가게 된다.
다만 전환부문 추가 잠정감축량 3,410만톤에 대해선 현재 수립 중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감축량과 감축방안을 2020년 NDC 제출 전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수정(안)에 대해 전문가, 이해관계자,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7월 중 수정안을 확정한다.
아울러 온라인 누리집(http://2030ghg.or.kr)을 통해서도 수정안 주요내용과 그간 논의경과 및 향후 일정, 관련 참고자료 등을 게재할 계획이다. 의견수렴을 위한 게시판도 함께 운영된다.
석탄·가스 비중에 대한 변화 반드시 보여줘야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 발표 후에는 전체토론이 이어졌다.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에너지전환과의 정합성 문제는 이번 수정안 작성 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제기됐던 부분”이라며 “오늘 발표된 수정안 결과를 보면 전환부문 감축수단으로 제시된 것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요한 부분은 전원믹스”라며 “지금 환경부에서 최종안을 마련하기 전에 꼭 검토해야 할 부분이 현재 로드맵 수정안대로 갔을 경우 석탄의 비중과 가스의 비중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관한 것들을 반드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에너지전환 계획을 비롯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이어지지만 2030년에도 현재 대비 석탄발전 비중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상엽 박사는 “발전부문 CCUS 등에 대한 검토가 고민이겠지만 국가 기후정책 비전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어떤 정책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반영이 미흡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최종안 마련까지 시간이 있다”며 “친환경적인 전원믹스로 가기 위해 기후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 전환 부분에서 어떤 노력을 할지에 대한 것들이 마무리 단계까지 접근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광하 현대제철 이사는 이날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을 보고 ‘과연 산업부문에 주어진 이 목표를 산업부문에서 줄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수정안에 따르면 산업부문은 기존 로드맵 BAU 대비 감축률 11.7%에서 20.5%로 높아져 있다. 배출량도 4,200만톤 가량 추가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정광하 이사는 “우리는 유연탄을 연료라고 부르지 않고 원료라고 부르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철강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자연상태의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 내고 순수한 철 성분을 얻는 게 철강제조공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선 유연탄을 쓰지 않아야 하는데 유연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철강생산을 포기하란 이야기와 같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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