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같으면 6월 말이나 7월 첫째 주 나왔을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이 7월 중순께나 발표될 예정인 걸 보면 전력당국도 하계 전력피크와 관련해 큰 위기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전력 예비율이 20%를 훌쩍 뛰어넘어 30%에 육박하는 기간이 많아지면서 정부의 하계 전력수급 대책 발표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
‘전기가 남아돌면 여유롭고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력수요 과다책정에 따른 예비율 과다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여름철 전력 예비율은 최고 피크 때인 8월 7일에도 16.5%를 유지했다. 7,691만kW의 전력소비가 발생하면서 최대 피크를 찍었지만, 당시 공급능력은 8,959만kW에 달해 1,268만kW의 전력이 남았다. 예비율이 높았던 탓에 지난해 하계 전력수급 기간에는 단 한차례의 전력경보도 없었다.
아직 올해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과 대책이 나오지 않아 전력 예비율을 속단하기 이르지만 최근 전력수급 상황을 봤을 때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력설비용량은 9,894만kW로 지난해 보다 원전 3기에 해당하는 326만kW가 증가했다. 7월 초 기준 공급능력은 8,587만kW 수준이지만 민간석탄발전 투입과 수요자원 거래시장을 통한 추가적인 공급능력 확보로 하계 전력피크에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평균 7,361만kW를 보인 반면 공급능력은 평균 8,105만kW를 기록했다. 특히 2014년과 2015년에는 공급예비력이 각각 1,153만kW와 1,267만kW를 나타내며 16%가 넘는 예비율을 보였다. 순환정전이 발생한 2011년 이후 설비용량을 꾸준히 늘린 결과다. 정부는 냉방에너지 낭비를 규제한 에너지절약 대책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표면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몇 년 최대 전력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1월이 최대 전력수요 8,297만kW로 가장 높았다. 당시 예비율은 14.2%를 기록했다. 두 번째로 높았던 시기가 지난해 8월이다.
지금처럼 전력 예비율이 높을 때는 국민의 편익을 고려해 지난해처럼 여름철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탄력적인 정책시행도 검토해 볼 사안이다.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해 전력수급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의 예비력 수준으로 보건데대그럴 일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본다.
아직도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이유를 들어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다른 OECD 국가의 국민소득 수준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전기요금 얘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전기를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경쟁체제를 도입해 민간이 판매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겠다는 최근 정부의 발표는 다소 무리수를 둔 정책이란 생각이 든다. 작은 땅덩이를 가진 제한적인 여건에서 전력망 관리와 판매를 분리하는 것이 얼마나 생산적인 행동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 제공을 이유로 전력판매의 민간개방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혁과 변화는 국가별 상황에 따라 분명 다르게 추진돼야 한다.
월간저널 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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