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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新한미 원자력협정 발효… 원전 수출 길 넓혔다

지난달 25일 42년 만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이 발효됐다. 세계 5위 원전 사용국이자 수출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 발효를 계기로 핵주권 확보의 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사항이 미국의 통제아래 이뤄졌다면 새 협정이 발효되면서 우리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다.

1973년부터 우리나라의 원자력 이용·관리 등을 제한해온 기존 원자력협정을 대체할 한미 간의 신 협정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전연료 공급·원전수출 증진 등을 주요 골자로 본문 21개 조항과 2개 합의의사록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의 강화된 원자력 역량에 걸맞은 실리를 확보하는 동시에 선도적 역할을 확인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개인적으로는 새 협정 발효로 원전 수출 문턱이 훨씬 낮아져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생산된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부품 등을 우리가 제3국에 이전하려면 그때마다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원전 특성상 가뜩이나 계약절차가 까다로운데 미국의 동의까지 받아야 해 수주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원전을 수출할 때 매번 미국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수출 상대국이 한미 양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국가일 경우 처음 한차례만 포괄적 동의를 받으면 된다. 그만큼 신속한 처리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제3세대 원전모델인 APR1400이 적용된 신고리 3호기가 최근 운영허가 승인을 받고 시운전에 들어갈 채비를 갖춰 원전 수출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 협정은 양국 합의를 전제로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전연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길이 열린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시험·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했다. 핵연료를 농축·재처리할 수 없도록 한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조항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현재 실험단계 수준인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건식 재처리)’ 기술개발도 앞부분 공정은 미국의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사용후핵연료를 획기적으로 줄여 처분장 면적을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상황에 해답을 줄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기술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사용후핵연료의 평화적인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재처리 방식(습식)과 달리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이 어려워 미국이 우려하는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사전에 불식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고인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