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력산업계 최대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한 ‘KEPIC-Week’가 올해는 소통의 엔진을 달고 천년 고도 경주에서 펼쳐진다. 대한전기협회(회장 조환익)는 전력산업의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고, 기술 인력의 협력과 화합을 다지기 위한 전력계 한마당 축제인 ‘2015 KEPIC-Week’를 9월 1일부터 4일까지 나흘 동안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다.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 2020 중장기 비전인 ‘Advanced Standards & Global Partner’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정부를 비롯한 국내외 산업계, 학계 등 관련 전문인력 약 1,000여 명이 참석해 국내 전력산업계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올해 KEPIC-Week 행사 기간 동안 한국원자력기자재진흥협회 주최로 ‘2015 대한민국원자력산업대전’이 동시에 열려 참석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협회는 올해로 13번째를 맞는 KEPIC-Week가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한 단계 성숙한 행사가 되도록 산업계와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데 초점을 맞춰 행사를 준비했다. 손명성 대한전기협회 KEPIC처 사업총괄팀장을 만나 ‘2015 KEPIC-Week’의 주요 행사내용을 들어봤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 국내외 전력계 전문인력 한자리
‘2015 대한민국 원자력산업대전’ 동시 개최
KEPIC 국제 인지도 상승
“KEPIC-Week는 학술 발표회가 아니라 참여하는 분들이 함께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이다. 산업계의 경험이나 새로운 기술들이 전력산업계 모두의 표준인 KEPIC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KEPIC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전력계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손명성 사업총괄팀장은 1987년부터 시작된 KEPIC 개발이 올해로 28주년을 맞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전력산업 표준코드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개발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KEPIC이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KEPIC의 인지도가 상승했다는 뜻이다.
손 팀장은 “KEPIC 국제화의 일환으로 국제교류 전략을 수립해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KEPIC에 대한 AMSE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1~2년 안에 뚜렷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원전 해체 워크숍’ 마련
전기협회는 올해 KEPIC-Week를 시대적 흐름에 맞춘 ‘소통 행사’로 꾸밀 방침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학술대회와 달리 참가자 모두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선정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으로 기획했다.
우선 전력산업계 모두가 공감하고 피부에 와 닿는 논문들을 선정했다. 초보 엔지니어부터 전문가까지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150편이 넘는 논문들이 행사기간 중 발표될 예정이다. 또 2013년부터 별도로 진행되는 ‘Young Engineer & Student Session’은 비전무가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전문분야별 상호 토론을 통한 최신 주요 제·개정 현황과 그 기술적 배경 등이 소개될 예정이며, KEPIC 적용확대와 국제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비롯해 제도 및 기술요건 개선 검토를 위한 의견수렴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보교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져 원전 폐로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행사 첫날인 9월 1일 ‘원전 해체 워크숍’이 마련돼 원전 해체 계획을 함께 고민해 볼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9월 4일 진행하는 ‘원자력 품질보증 및 공급자 규제감독 워크숍’에서는 원전 부품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심도 있는 토론이 펼쳐질 계획이다. 이외에 국내외 전력산업계 분야별 리더들을 초청한 합동강연도 참가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명성 팀장은 “올해 KEPIC-Week의 가장 큰 변화는 행사기간 동안 ‘2015 대한민국 원자력산업대전’이 동시에 개최된다는 점”이라며 “120여 부스 규모로 진행될 원자력전시회는 국내 원전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전시회가 진행되는 관계로 기존에 전기협회가 직접 운영하던 우수업체 홍보부스는 올해 따로 마련되지 않는다.
KEPIC,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2003년 품질분야 워크숍 형태로 시작한 KEPIC-Week 행사는 2004년부터 KEPIC 전체 분야로 확대·시행됐다. 기획 차원에서 시작된 행사가 어느덧 KEPIC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 전력산업계를 아우르는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한창 진행되던 1980년대 후반 당시에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각기 다른 설비기준을 적용한 발전소가 건설 중이었다. 이처럼 각 발전소마다 서로 다른 국가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기술자립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했고, 우리만의 기준을 가질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KEPIC 개발은 우리 고유의 기술기준으로 국내에서 건설·운영하는 원전과 화력발전소에 적극 활용되며 전력설비의 안전성과 경쟁력 확보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우리나라 토종의 전력산업기술기준인 KEPIC의 적용 활성화와 세계화를 달성하기 위해 KEPIC-Week는 매년 발전적이고 선진화된 정보교류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손명성 팀장은 “KEPIC 6단계 사업(2011~2015년)을 추진하기까지 KEPIC 개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며 “1995년 한전에서 전기협회로 KEPIC 개발 및 운영 전담업무가 이관됐을 당시 국내에는 민간단체표준의 개발 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고 KEPIC 개발과정의 어려움을 밝혔다.
이어 “마땅히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던 상황이라 ASME(미국기계학회)를 표본으로 미국의 표준개발기관을 벤치마킹하며, KEPIC 개발과 운영시스템 정립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한전기협회는 내년부터 추진되는 KEPIC 7단계 사업을 통해 미래 원전시스템과 원전 해체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주도 사업추진에서 벗어나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산업계 성장 발판마련이 전기협회 역할”
그동안 KEPIC 개발에 따른 성과는 기술적·경제적·국제적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KEPIC 개발의 성과를 꼽자면 전력설비 건설·운영관련 경험과 기술을 KEPIC으로 집약했고, 원자력 분야 자격인증제도의 자주적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또 표준에 대한 쉬운 이해로 현장 작업자에게 KEPIC 적용의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는데 기여했다.
이 외에도 ▲원전구조물 모듈화공법 KEPIC화 ▲전력연구원 개발 화력발전설비의 수명평가 기술과 환경분야 기술 KEPIC화 등 국내기술 및 연구개발품 실용화의 성과를 냈다.
경제적 측면으로는 전력설비 표준화와 비용절감 및 공정단축을 들 수 있다. 기존 3년 1회 심사에 6만달러의 인증비용을 지불하던 ASME와 비교해, KEPIC은 1회 심사비용이 2만달러에 불과해 업체당 4만달러를 절감하는 경제적 이득을 실현했다.
국산기자재 구입에 따른 비용절감은 더욱 눈에 띈다. 고리 3·4호기 디젤발전기 해수냉각열교환기 차단밸브의 경우 ASME 3억4,000만원 대비 KEPIC 1억6,000만원으로 53%의 비용이 절약됐다. ▲영광 5·6호기 캐비테이팅벤튜리(46% 절감) ▲영광 3·4호기 가압기전열기(24% 절감) 등의 기자재도 상당부분 비용을 줄였다.
국제적 측면에서 KEPIC 개발의 성과는 ▲국제 원전 시장에서 KEPIC 활용 기반 확대 ▲ISO·IEC 정보센터 등록으로 국제 표준기관 위상 확보 ▲국내기술의 국제표준 반영 등을 꼽을 수 있다.
손명성 팀장은 “5년 전만해도 KEPIC 교육과정을 이수한 엔지니어가 800여 명 수준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1,100명에 이어 올해에는 1,2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협회의 역할은 산업계가 건전한 방향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것”이라며 “고객인 기업 하나하나가 원활히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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