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기로 표명했다. 하지만 11.3%를 해외 감축목표로 설정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강창희)는 4월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원장 조명래)·전력포럼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소영 법률사무소 엘프스 변호사는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의하면 11.3%를 해외 감축하기 위해선 2021~2030년까지 10년간 약 5억4,000만톤의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며 “그 구입비용으로 최소 8조8,000억원에서 최대 17조6,0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공단이 발주한 다른 연구에선 그보다 많은 배출권 구입이 필요하다”며 “그 경우 비용은 24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30년 이후에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목표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11.3%를 해외 배출권으로 감축하기 위해선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변호사는 해외 배출권 구입을 통해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것은 같은 규모의 돈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하는 것보다 경제성·효율성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 대안으로 11.3%를 국내 감축으로 전환하고 해외 감축수단은 보조적 방향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소영 변호사는 “해외 감축분 11.3%의 국내 비용부담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11.3%를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강창희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안병옥 환경부 차관, 조명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김창섭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서흥원 환경부 기후전략과장, 오대균 에너지공단 기후정책실장, 한수미 SK E&S 전력산업지원본부장,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 이원구 포스코에너지 그룹장 등 산학연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해외감축분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수립돼야
국가정책, 일관성·예측가능성 유지돼야
강창희 이사장은 이날 “국가정책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과 보완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은 합리적 에너지전환 정책을 바탕으로 경제 주체에 대한 배려와 소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서 다양한 대안과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명래 원장도 “현재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에너지와 기후, 미세먼지에 대한 체계적이면서도 통합적인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연구과정과 결과를 사회에 공유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에너지 관련 중요한 현안들을 함께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축사에서 “우리나라가 그동안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기후변화 정책을 가다듬고 실행해온 것에 비해 국제사회에서의 평가가 좋지 않다”며 “투명성 부족과 함께 각각의 정책들을 융합해 최대한의 편익을 도출하는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 수립 이후 에너지·대기문제 등의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되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감축분에 대한 모호성 처리 필요
김창섭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장은 ‘에너지전환 담론 : 의의와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또한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BAU 대비 37%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 ▲실천적 행동 ▲전략적 대응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를 제시했다.
김창섭 원장은 “온실가스 감축 37% 구성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37% 중 11.3%라는 수치가 갖고 있는 모호성이 처리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우리사회의 선택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옵션에 기울어져 있어 그간의 기후협약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섭 원장은 실천적 행동의 경우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돈만 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기술혁신이 연동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전략적 대응의 경우 실천적 행동을 추진할 역량을 가진 상태에서 대응해야만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김창섭 원장은 “내년에 국가별 기여방안(NDC)을 제출하게 되면 그동안 우리가 미뤄왔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우리는 37%라는 딜레마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이제부터 37%라는 수치를 다시 면밀히 검토하고 행동을 시작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2030 로드맵 핵심 점검사항 및 검토방향’에 대해 발표한 이상엽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존에 발표된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의 핵심적인 내용과 결과를 중점으로 화두를 던졌다.
이상엽 연구위원은 “2030년 BAU 대비 37% 감축목표에는 감축 관련 구체적 액션플랜이 결여돼 있다”며 산업부문 감축률 11.7% 및 에너지신산업·해외 감축분에서 제기되는 모호성 문제를 언급했다.
이어 “기존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을 만들 때 예상됐던 여건과 전망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번 수정 로드맵은 어떤 형태로든 새롭게 발표된 여건과 전망을 반영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2030 로드맵 수정·보완의 의미 ▲감축목표 설정방식 ▲부문별 감축률 부담 조정방향 ▲배출권거래제와의 향후 연계성 ▲로드맵 제시방식 ▲기타 고려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에너지가격 인상하지 않겠다’는 발표 재고해야
오대균 에너지공단 실장은 기후변화 협약이 기본적으로 ‘인간이 지금 하고 있는 노력과 더불어 추가적인 노력을 해 기후변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란 점을 언급했다.
오대균 실장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이미 정해졌다”며 “어떻게 감축해야 하는지가 포인트”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감축 목표보다는 배출량 목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탈원전 정책을 시행했던 독일·대만 등이 탈원전 이후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대체하지 못해 결국 석탄을 사용함으로써 심각한 대기오염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온실가스 다배출원의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가 낮게 배출되는 원전·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기 때문에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감축은 결국 현재 시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에너지와 연관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려면 적절한 에너지가격 반영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문제와 관련해 총괄부처가 관계부처와 논의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소희 사무총장은 이것이 당장 전기요금을 올려야한다는 말은 아니라면서도 2030년을 예상하면서 에너지전환을 할 때 에너지 가격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이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를 절약할 의사가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가장 우선적으로 현 정부가 ‘에너지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했던 발표는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11.3% 감축방안에 대해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는 감축목표 수치를 떠나 장기적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수치 문제보다 우리의 의지 문제이고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성철 한화토탈 팀장은 현재 산업계가 지불한 온실가스 관련 비용이 과연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정책수행 비용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해외 감축분 11.3%를 기업에 할당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오성철 팀장은 “회사 입장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양은 기술적·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기업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는 이중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산업부문을 비롯해 전 부문이 함께 비용을 분담해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감축분 11.3%는 모든 주체가 책임
이상엽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총 관장기관인 환경부가 주관기관으로서 각 부문별 감축 목표량을 설정할 수 있다고 봤다. 때문에 11.3%라는 수치는 각 부문별로 종합적인 감축이 가능하도록 내제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엽 연구위원은 “11.3%는 모든 주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며 “전환·산업 등 부문별 부담가중치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수이 홍익대학교 교수는 “외부에서 11.3%를 구매할 것인지 국내에서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경제성 평가와 함께 더 효과적일 수 있는 방안을 따져봐야 한다”며 “만약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이 든다면 그것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오대균 에너지공단 실장은 예전 청정개발체제(CDM)에서 강요했던 환경 건전성과 추가성 요건은 유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대균 실장은 “앞으로 모든 나라가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면 감시와 기여도 측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적합성 평가를 더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논의동향을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파리협정 체제가 항구적 체제라고 가정한다면 감축실적을 인정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지속가능성”이라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로드맵에 대한 명확한 지침 필요
이원구 포스코에너지 그룹장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이 7·8차로 진행되면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커졌다”며 에너지전환 부분에 있어 감축률이 국내감축 기준 30% 수준인데 이를 통해 26.4%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원구 그룹장은 “에너지 신산업의 주체는 신재생에너지”라며 “에너지 신산업에서 정책적 모호성이 사라진다면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 발표된 37%·11.3% 등의 수치를 전환하는 방법보다는 에너지 신산업 등 새로운 부문에서 답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이 할당 메커니즘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것이 기업에 부담으로만 다가올 것이 아니라 기업에 유연성을 부여해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의 확장과 활발한 논의가 가속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수미 SK E&S 본부장의 경우 “37%에 대해 포괄적 차원에서 목표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 37%를 설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목표가 마련됐고 그를 위한 수단은 합리적인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점검·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수미 본부장은 “기존에 발표된 로드맵에서는 구체적 감축방안 및 감축량에 대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세부적인 정합성을 갖기에는 부족하다”며 로드맵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에너지전환 부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추가적으로 어떤 에너지 부분에 변화를 가져오고 효율 향상을 이끌어낼 것인지, 얼마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해야 로드맵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소영 변호사는 11.3%에 대한 비용을 국고에서 부담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이소영 변호사는 “고르게 사회 전반에 분담하자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며 “이것을 공정하게 배출량에 대해 분담하기 위해선 현재 배출을 많이 하고 있는 발전 산업계에 부담한 후 산업·가정 등에 전기요금으로 부담을 분담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했다.
원전, 기후 이슈로만 보기엔 한계 있어
서흥원 환경부 과장은 현재까지 환경부가 해 온 일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서흥원 과장은 “기존 로드맵이 해외 감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에너지 신산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정부가 이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할 것인지, 정책을 마련할 것인지 등의 결정되지 않은 모호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파리협정 하에서 개도국도 감축의무가 있다”며 “해외 감축분의 경우 정부가 세금으로 배출권을 모두 수입하는 것은 비용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옳지 않은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 37% 달성을 위한 효율적 방안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서흥원 과장은 “원전은 기후 이슈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전기요금의 경우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 로드맵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최대한 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맵에서 기본 감축경로가 있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산업계가 에너지 부문에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예측가능성을 고려해 산업계와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흥원 과장은 “현재 복수 시나리오를 통해 사회적 공론화를 목표하고 있다”며 “로드맵 확정에 대해 6월 말까지라는 시나리오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공론화를 어느 정도로 하느냐에 따라 기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대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로드맵이 최대한 현실성과 이행가능성이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좌장을 맡은 김창섭 원장은 “로드맵 완성에 대해 시간과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야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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