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시행되는 에너지기본계획이 올해 연말 확정될 예정이다.
이는 국가 최상위 에너지 행정계획인만큼 심도 있는 토론과 의견수렴이 진행됐다. 이번에 마련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19~2040년에 걸친 에너지 로드맵이다.
국회기후변화포럼(대표의원 홍일표·한정애)은 9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그간 진행된 민관 워킹그룹의 논의 상황을 점검하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2040년까지의 에너지정책 수립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한정애 국회기후변화포럼 대표의원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마련된다 할지라도 실제로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라며 고민 과정에서 정책들이 탄탄하게 마련되길 기대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은 ▲총괄분과(분과장 김진우 연세대 교수) ▲수요분과(분과장 강승진 산업기술대 교수) ▲공급분과(분과장 박종배 건국대 교수) ▲갈등관리·소통분과(분과장 강영진 갈등해결센터 원장) ▲산업·일자리분과(분과장 조현춘 에기평 선임연구원)로 구성돼 있다. 올해 3월 구성후 분과별로 격주 단위의 회의를 개최했다.
워킹그룹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슬로건으로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대한민국 에너지비전 2040’을 제시했다. 안정, 안전, 환경, 공존, 성장을 핵심가치로 정했다. 아울러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시스템을 구현할 방침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방향으로 ▲에너지수요관리 혁신을 통한 고효율 에너지사회 구현(수요) ▲재생에너지 중심의 통합 스마트 에너지시스템 구축(공급)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래 에너지산업 육성(산업) ▲국민참여·분권형 에너지 거버넌스 구현(거버넌스) ▲에너지 안보 제고를 위한 에너지·자원 협력 강화(협력)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 시대에 걸맞은 인프라 확충(인프라)을 선정했다.
공청회 등 거쳐 3차 에기본 심의·의결
정책 수요자 관점으로 분과 구성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시 개방형 수립 프로세스 최초 도입을 성과로 꼽았다. 당시 산업계, 시민단체, 학계인사 등으로 민관워킹그룹이 구성돼 초안(워킹그룹 권고안)을 작성한 바 있다.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방향을 선언한 점도 성과로 봤다. 박기영 정책관은 “수요추종식의 공급 확대정책에서 수요관리형 정책으로 중심축이 이동했다”며 “효율개선 분야 자발적 투자확대를 유도했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하게 높은 원전비중(29%)을 제시한 점은 한계로 평가했다. 워킹그룹은 전력수요·송전계통 여건·국민수용성 등을 감안해 적정 원자력 비중으로 22~29%를 권고했다. 하지만 결국 29%로 결정됐다.
박기영 정책관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 발표후 유연탄 과세, 에너지바우처 도입 등 성과는 있었지만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전환 등은 이행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믹스, 에너지전환 2040 목표 수립 ▲시민·기업·지자체가 주체가 되는 참여·소통·분권형 추진체계 마련 ▲4차 산업혁명 기반 수요관리, 분산형 전원, 고용창출형 신산업 활성화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다.
박기영 정책관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비교했을 때 정책 공급자 관점이 아닌 정책 수요자 관점으로 분과를 구성했다”며 “국민 중심의 에너지전환 과제 창출 및 성장동력·고용 창출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한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은 4차 산업혁명 활용 수요관리서비스 등 주요 수단을 반영한 에너지절감 목표를 도출한다. 정책 추세, 비용 변화, 기술(유연성) 확보 등을 고려한 시나리오 기반도 검토한다.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안과의 정합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환경급전 방안, 친환경차(전기차·수소차) 등 보급목표와 함께 분산형전원 참여 사업자 수 및 에너지생산 국민참여 확대도 고려할 예정이다.
박기영 정책관은 “올해 10월초 워킹그룹 권고안 발표 후 국회 보고·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12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심의·의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에기본 대비 진일보… 논리적 설명 필요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의 민주성이나 개방성, 참여자의 다양성, 에너지전환 의지의 구체화 등 여러 측면에서 그간의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과 내용을 비교해 볼 때 차별화된 접근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 전 세계가 에너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에너지전환을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에너지전환 관련 세계적 흐름을 짚어주면서 다양한 쟁점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점에서 기존 에너지기본계획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말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경우 에너지전환을 산업정책 및 일자리정책과 연계해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연결해 에너지부문의 역할과 가능성에 주목해 비전을 제시한 점은 시의성 측면에서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윤순진 교수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주목했던 수요관리 강화에 대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선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수요관리를 추구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윤순진 교수는 “부문별·시책별 절감량을 합산하는 상향식 목표 수요를 산정하면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30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 등 타 계획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2040년 최종 에너지 목표 수요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수요관리 방안을 제안하는 방식을 채택한 점은 진일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간 지속해서 언급된 에너지 가격·세제 개편 필요성 및 원칙과 관련해 현실화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순진 교수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선 ▲전기-비전기 간 소비왜곡 개선을 위한 에너지 세율조정 추진(발전용 유연탄 과세, LNG 과세 완화) ▲환경·사회적 비용 반영(원전·송전망 보강) 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용 유연탄 과세, LNG 과세 완화는 최근 진전이 있었지만 그 외는 아직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에너지 가격·세제 3대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나 실현방법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 제고를 위한 에너지 자원협력 강화’의 경우 에너지전환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순진 교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파이프라인 운송 천연가스(PNG) 확충이 에너지전환에서 감당하는 역할은 무엇이며 이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 또는 이런 해외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서도 에너지 안보를 어떻게 확보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운영과정에서 과거에 비해 개방성·투명성은 높아졌지만 보다 높은 개방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경우도 존재했다”며 “남은 기간 동안 민주성·개방성·투명성을 높여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수용성과 효과성을 높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3차 에기본, 에너지전환 정책 청사진”
에너지전환 정책은 지난해 원전감축 정책,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중심으로 이행을 위한 방향과 계획이 제시됐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이를 보완해 에너지전환 정책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제시하는 청사진과 같은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전환 정책은 국민 생활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충분한 공론화와 제도적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재생에너지 3020 이행을 위해선 지자체 역량 강화와 산업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현재 지자체는 재생에너지 보급사업과 관련한 개발행위허가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가 급증하고 민원이 늘면서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훈 소장은 “지방행정 역량 강화와 함께 인허가 규제 및 절차를 개선해 지자체가 능동적으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지자체 인력 증원 및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세계 무역규범 내에서 어떻게 하면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과 산업성장을 더 긴밀히 연계할지,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점유율을 높여나갈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관련 개별이행계획의 상위 계획이다.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제도 개선과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방향과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세부적인 이행 계획은 개별 절차에 따라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히 논의해 정하는 과정이 있다.
이상훈 소장은 “재생에너지 분야 또한 현재 제5차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재생에너지 분야 세부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회에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다룰 내용과 세부에너지계획에서 다룰 내용을 구분해 적절히 최종 의제를 선정하고 논의를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에너지 관련 법정 계획들이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실효성 있게 수립될 수 있도록 역할과 기능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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