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후변화 현황을 진단하고 북한 실정에 맞는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장이 마련됐다.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강창희)는 3월 14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을 통한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에 대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대북 지원사업 경험이 풍부한 민간단체와 학술기관, 세계적 싱크탱크가 협업해 산림, 에너지, 탄소배출권, 국제협력 등 다양한 이슈에 걸쳐 국내외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실질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이에 관한 논의를 활성화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통일과 나눔재단, 아시아녹화기구, 한국기후변화학회, 한국SDS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독일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홍콩사무소가 공동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강창희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남북이 비단 한민족이라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산림녹화, 경제발전, 에너지 보급에서 많은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북한에 전수해 한반도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림복구, 정치적 이슈 아냐… 협력 고려해야
산림,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수단 될 수 있어
세미나는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 방안과 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하는 2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각 세션은 주제발표와 민·관·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정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은 손요환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의 좌장으로 진행됐다. 발제에는 권원태 제주연구원 초빙연구위원과 이우균 한국 SDSN 대표·한국기후변화학회장이 참여했다.
권원태 초빙연구위원은 북한의 기후변화 현황과 전망을 바탕으로 북한의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정책을 평가했다.
권원태 초빙연구위원은 “북한 기상자료가 매우 부족해 데이터 취합 및 분석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북한의 기후변화과학 정보 생산을 위한 남북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의 10분의 1수준으로 2000년대 배출량이 1990년대 보다 더 줄어든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사회 전 영역에서 상황이 열악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우균 회장은 산림녹화를 통한 북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우균 회장은 “북한 산림 황폐화는 산림탄소 저장기능과 농경지 탄소 저장기능을 저하하고 농업용 물공급능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농경지 생산성마저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산림황폐화의 복구 방안으로 북한 실정을 고려해 산림 공급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생태계서비스 증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이나라 해외자원담당관실 전문관,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박경석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가 참여했다.
이나라 전문관은 산림 전용 및 황폐화 방지(REDD+)와 산림청의 남북산림협력 활동을 소개하며 “산림이 비용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충국 센터장은 유엔 청정개발체제(CDM)를 활용한 해외 외부감축사업 감축실적이 2019년부터 국내 배출권시장에서 인정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내 배출권시장 활성화 및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장기적 통일비용 감소를 위해 대북 청정개발체제 탄소배출권(CDM-CER)을 국내 배출권시장에서 인정할 것을 제안했다.
박경석 박사는 “북한이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발표하고 ‘탄소무역’이라는 홈페이지도 구축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며 “산림복구는 정치적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우선 협력분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4월 개최될 남북회담에서 규모 있는 산림사업으로서 ‘한반도금수강산 복원 프로젝트’(가칭)를 제안해 남북 간 교류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승철 대표의 경우 “우리 정부가 예전부터 실적내기에 급급한 단기적 지원을 많이 해오면서 실질적 협력 방안이 강구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부터라도 보다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림 분야서 남북협력 가능성 모색해야
두 번째 세션은 양수길 한국SDSN 회장·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과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했다.
추장민 부원장은 북한의 주요 환경문제로 하천 수질오염과 상하수도 시설 미비, 하천 생태계 악화와 기능 저하, 자연재해 취약성, 산림 황폐화를 꼽았다.
이어 “북한 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을 위해 남북이 상·하수도 시설 보급과 에너지, 자연재해 관리, 생태환경 보전에서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에너지 인권문제를 언급하며 북한의 에너지 수급현황이 매우 불안정하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냉·난방과 취사, 조명 등 민생 에너지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 김영희 KDB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 오도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인도사업지원팀 전문위원, 에릭 리(Eric Lee)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홍콩사무소 연구원이 참여했다.
최경수 소장은 “대북협력사업은 북한 주민들이 바로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양한 사업분야를 통합적으로 엮어 중·장기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패키지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김영희 팀장은 북한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민생 에너지 수급현황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나아가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모두 고려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오도교 전문위원은 “정치적 논쟁에서 자유로운 산림 분야에서 남북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며 “민간 지원보다 먼저 학술대회를 통해 북의 필요(Needs)를 먼저 파악하고 백두산 생태계복원, 습지 등 북한의 관심분야에서 접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에릭 리 연구원은 독일 콘라드아데나워재단이 수행하고 있는 동북아 환경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국제협력을 통해 남북협력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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