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올해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 접어들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의 비용 효과적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시장기반 규제수단이다.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의 배출권 이행실적 정산을 앞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시장안정화 조치다. 또한 외부사업에 대한 제도개선도 중요한 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동안 논의가 이뤄졌던 할당 문제보다는 시장안정화 및 외부사업 활성화 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강창희)는 4월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배출권 거래시장 안정화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용성 고려대학교 교수,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을 비롯해 국제배출권거래협회 등 관련기관 전문가들이 발제·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외에도 정부·학계, 할당대상기업 배출권 담당 실무자 등 150여 명의 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재생에너지 감축실적, 외부사업으로 인정해야
배출권 여유분 이월하는 경향 나타나
현재까지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한 논의는 주로 할당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대표적으로 유·무상할당 및 BM 할당에 대해선 큰 틀에서 정부 정책방향이 발표됐다. 현재는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은 제도 안착을 위한 시범운영 단계다.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시장안정화 조치를 이행함으로써 기업이 과징금을 내지 않도록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있는 정부 개입과 관련한 시장안정화 조치에 대해선 명확한 발표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그 시기나 방법에 있어서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 않아 할당대상 기업들의 불안이 커져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센터 관계자는 “최근 정부는 외부사업 인정범위를 확대하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 정책과의 정합성, 현실 적용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제자로 나선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시장안정화 조치 시행조건과 시장안정화 방법을 모색했다.
또한 시장안정화 조치 사례를 통해 배출권 정산 결과 두드러지는 시장 특성을 분석하고 배출권거래제 시장안정화 조치 개선방안과 관련한 쟁점이슈를 제시했다.
조용성 교수는 “2015년도 배출권 정산 결과를 분석해보면 배출권 가격 수준에 관계없이 여유분을 이월하는 경향과 배출권 부족기업이 배출권 매입을 미루는 경향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이 가격 상·하한제, 예비분 할당, 예치, 차입 등 모든 가격안정화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애초에 할당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간 500만톤 이상 외부사업 인증실적 필요
이충국 탄소배출권센터장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37% 중 해외배출권을 활용하기로 한 11.3%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충국 센터장은 “정부는 지난 3월 7일 국외사업 인정 기준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외부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외부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외부사업 인증실적(KOC)은 상쇄배출권(KCU)으로 전환하기 전에는 보유기한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배출권 가격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배출권거래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부사업에서 연간 최소 약 500만톤 이상의 외부사업 인증실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행된 3MW 미만의 RPS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선 외부사업으로 인정하고 주무관청인 환경부와의 협의 절차 간소화를 제안했다. 극소규모 감축사업 활성화를 위해 극소규모 감축사업 전용 방법론 개발 필요성도 피력했다.
배출권거래제 관련 공식기관 발족 제안
발제 후 진행된 패널토론에는 김정인 중앙대학교 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했다. 박찬종 국제배출권거래협회 이사, 이지웅 부경대학교 교수, 김현수 지속가능경영원 실장, 김은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도 토론자로 참여했다.
박찬종 이사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스템에 의해 제도적으로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 정부의 시장안정화 조치가 결정됐다면 공고를 빨리해서 업체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RPS제도는 화석연료 대비 경제성이 떨어지는 신재생사업을 보조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며 “발전사업자에게는 의무사항이므로 재생에너지 감축실적을 외부사업으로 인정하는 것이 이중혜택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한편 단기적으로 기업이 배출권을 최대한 시장에 내놓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지웅 교수는 “캘리포니아 Cap and Trade(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서는 할당받은 배출권을 적어도 한번은 시장에서 사고 팔아야 인정이 된다”며 “이 경우 배출권을 이월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출권거래제 목적은 온실가스 감축에 있다”며 중기적 방안으로 가격규제와 총량규제 방식을 적절히 혼합한 하이브리드 정책으로 탄소에 확실한 가격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지웅 교수는 장기적 방안으로 통화 정책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개입해 시장 안정화를 하는 것처럼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서도 공식 기관을 발족해 배출권 가격 및 시장 안정화를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부정책 시그널 중요
김현수 실장은 “배출권거래제는 규제수단으로 도입됐기 때문에 할당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센티브나 재생에너지 투자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기업이 돌파구를 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시그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팀장도 현재 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가격 안정성에 대한 시그널이라고 분석하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가격 예측가능성을 제공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향후 제3자 거래가 허용돼도 실제 참여자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희 사무총장의 경우 “재생에너지 감축실적을 외부사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부사업 지침의 RPS 관련 등록 특례를 삭제해 신재생에너지 외부사업 등록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정책방향과 국제사회 흐름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패널토론 후에는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한 참석자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시장 플레이어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수요·공급의 균형을 깨트림으로써 배출권 거래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면 문제는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할당에 있다”며 “할당을 조절해서 더블 카운팅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발전사들은 단기적인 감축수단 마련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에 배출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배출권거래제가 안정화되기까지 정부에서 추가 예비분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배출권거래제 개선방향이 안정화인지 활성화인지 혼란스러우니 정부에서는 정확한 정책 시그널을 달라”는 등 참석자들의 지적과 제언이 잇따랐다.
토론회를 주최한 기후변화센터는 이날 전문가와 참석자 간 공통적으로 수렴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건의서를 작성해 환경부에 금주 내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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